안호진
보이지 않는 것의 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흔히 '보다'(seeing)이라 함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실을 알거나 느끼게 되었을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1더하기 1은 2처럼 명확한 사실도 많지만, 사람의 감정, 느낌 등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 들도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을 알고 느껴서 상황에 적합하게 컨트롤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공학, 설계를 통해 세상에 없던 유일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우리 세대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의 세대는, 생성의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 정보화 시대, 스마트폰의 출현을 지나 이젠 인공지능의 상용화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 생성물은 단순한 대량생산을 넘어 각기 다른 개성과 창의력을 지닌 채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의 양상은 노동이 아닌 창의력으로 뒤바뀜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자신의 정체성이 인정받고, 드러남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달라집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진보하며, 창작해내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삶을 영위해 나가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생성물에는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담겨 있나요?
저의 생성물에는 이런 생성의 황금기의 이면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생성의 황금기,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창작물들 사이에서 분명히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대상이 생겨납니다. 조용한 것들, 차분함, 비주류, 과거의 유산들, 멸종위기 생물 등, 이러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반항하고 싶었습니다. 분명 가치있고 주목받아야 마땅한 것들이 일련의 부조리함 때문에 묻혔기 때문입니다. 생성의 황금기에선 사람들의 이목은 그 대상 자체의 가치보다는 우연한 흐름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 있는 것은 가치있는 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명상', '멸종위기 식물'이 바로 그러한 활동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분명히 알려져야 마땅하지만, 다가가기 힘든 것들, 그것을 풀어내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디자인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알았고, 이번 졸업작품으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